저의 총 경력의 두번째이자 첫 화장품 회사가 일본 폴라(POLA) 화장품이었습니다. 세계 10위안에 들어가고 한국에서도 비즈니스가 잘 되었는데 결국 매출 1천억을 넘긴다고 외부 인사들을 영입해서 망가지는 것을 보다 퇴사하고 프랑스 달팡 화장품으로 적을 옮겼었습니다. 이후 이 화장품 브랜드는 가격 정책이 무너져 백화점에서 다 퇴점을 당하면서 곤란을 겪었고 이후 한국에서 철수했습니다. 그런데 제품은 진짜 너무 좋았습니다. 이건 일본 화장품의 종특인거 같습니다. 시세이도도 진짜 기초 제품은 너무 좋았거든요. (처음에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 어머니가 폴라? 목폴라, 옷 종류인 폴라 말하는거냐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쨋든 이 폴라 화장품을 아내와 어머니가 엄청 좋아하셔서 항상 눈여겨 보고 있었고 이후 GS 리테일에 입사해서 이 브랜드를 왓슨스의 전략브랜드로 키우고 싶어 일본과 접촉하였으나 한국시장에는 관심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이때 일본에서 오케이를 해서 제 계획대로 왓슨스에서 샵인샵으로 런칭을 했으면 폴라도 성공하고 왓슨스도 지금의 사업 폐쇄 수순을 밟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때 GS리테일 임원들도 별로라고 생각하고 왓슨스 대표이사도 별로 라고 생각해서 강하게 밀어 붙이지 못했는데 지금으로서는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강하게 밀어 붙이다가 대표이사와 싸우고 그만 뒀지만 ㅠㅠ)
이후 항상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결국 한국의 인비트윈스라는 회사에서 폴라를 다시 한국에 런칭한다고 해서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습니다. 세월이 지나 가장 고가 브랜드인 BA가 메인 브랜드가 되고 예전 메인 브랜드였던 에스티나는 없어진 것 같더라구요.
왓슨스에서 제 계획은 BA는 백화점, 홈쇼핑(GS홈쇼핑), 에스티나와 화이트시모는 왓슨스, 그리고 메이크업 브랜드는 왓슨스와 이커머스를 통해서 전개하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할 수록 아까워요.
항상 느끼지만 브랜드는 유통을 너무 두려워하고 유통은 브랜드 사업을 무서워 하는게 안타깝더라구요.
GS Wastons 총괄 운영책임자 시절, 제가 욱해서 사장이랑 싸우고 나오지 않고 차근히 설득해서 샵인샵으로 해외 브랜드를 런칭하여 조직 내 화장품 DNA를 키워서 자체 PB까지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제가 잘아는 형님이 면세에 계신데 이 브랜드에서 한국 파트너를 찾아 달라고 부탁해서 인비트윈스라는 회사를 소개해줬다고 하더라구요. 그때 내가 그 형님에게 부탁했다면 아마 왓슨스도 폴라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지금의 올리브영이라는 절대강자의 발걸음도 주춤하게 할 수 있었을 듯 한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든 현상을 깊이 고민하고 가장 효율적인 접근방법을 사용하여 깊이 있는 내러티브를 만들어서 공략을 해야지 그저 떠 오르는대로 움직이는 것은 하수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젠 늙어 현명함을 조금씩 탑재 하고 있지만 세상은 늙은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글을 써봅니다.)
사족: 회사를 다니면서 제 뜻과 맞지 않으면 강하게 어필하고 그래도 안되면 그만뒀었습니다. 지금은 그것을 제일 후회하고 있습니다. 설득을 하는 것은 시간과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저는 항상 마음에 안맞으면 욱해서 너무 강하게 주장하고 사직하고를 반복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건 싸울 용기가 없어 센 척하고 도망가는 회피형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욱해서 의사결정을 하지 마세요. 항상 감정이 일상적이지 않을 때는 결정을 하지 않는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이제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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